포르쉐, 911 위에 하이퍼카 검토… 918 스파이더 후계자 10년 만에 부활하나
포르쉐가 브랜드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실적 침체를 겪는 가운데, 911을 뛰어넘는 플래그십 하이퍼카 개발을 공식 검토하고 나섰다. 재무 위기를 오히려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미하엘 라이터스 포르쉐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각)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현재 스포츠카 라인업과 카이엔 위에 위치할 모델 및 파생 차종을 검토 중"이라며 고마진 세그먼트 확장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후속 질의에서 포르쉐 측 대변인 안토넬라 콘티오는 "959, 카레라 GT, 918 스파이더 같은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포르쉐 DNA의 일부"라며 "현재 GT 및 하이퍼카 세그먼트에서 다양한 차량 콘셉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개발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발표 배경에는 포르쉐의 극적인 실적 악화가 자리한다. 지난해 포르쉐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27만 9449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2024년 56억 4000만 유로에서 불과 4억 1000만 유로로 93%가량 쪼그라들었다. 중국 판매 급감, 미국 관세 압박, 전동화 전환 실패에 따른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이 한꺼번에 쏟아진 결과다.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으로, 포르쉐는 2026 회계연도에도 "매우 도전적인 시장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터스 CEO의 이번 포트폴리오 확장 구상은 이러한 위기 탈출 전략의 핵심이다. 그는 이날 "포르쉐를 더 날렵하고, 더 빠르고, 더 매력적인 브랜드로 전면 재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파생 모델을 정리하는 동시에 이른바 '소량 고마진' 전략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향이다. 페라리와 맥라렌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며 이 전략을 직접 실행해 본 라이터스로서는 가장 익숙한 처방이다.
하이퍼카 개발 검토가 알려지면서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2023년 공개된 '미션 X(Mission X)' 콘셉트카로 향한다. 기자회견 발표 슬라이드에 등장한 차량 실루엣이 미션 X의 형태와 흡사하다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미션 X는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극한의 퍼포먼스 하이퍼카로 설계됐으나, 전기차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 속에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양산에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리막 네베라가 고성능 전기 슈퍼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이미 보여줬고, 포르쉐 역시 부가티 리막 합작법인 지분 45%를 통해 이 시장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람보르기니가 테메라리오와 레부엘토에서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이터스 CEO 역시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할 것"이라며 "이는 고객의 바람에 부응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하이퍼카가 실제로 개발된다면 풀 EV보다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 구도도 눈길을 끈다. 현재 이 세그먼트에는 페라리 F80과 맥라렌 W1이 버티고 있다. 918 스파이더 단종 후 10년 넘게 이어진 공백을 채울 새 포르쉐 하이퍼카가 탄생한다면, 세 차종이 다시 격돌하는 슈퍼카 '성삼위일체(Holy Trinity)'의 부활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양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포르쉐는 현재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설령 내부 승인이 이루어진다 해도 양산까지는 최소 3~4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포르쉐는 올해 당장은 '감성을 자극하는 신규 파생 모델' 출시에 집중할 방침이며, 911 GT2 RS가 그 첫 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