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튜9 0 354 0
타입 00 전기차는 완전히 새로운 재규어다. 그러나 여전히 ‘재규어’다

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신형 재규어 GT 시승기: XJ처럼 편안하고, F-타입처럼 미끄러진다
한동안 재규어를 둘러싼 오해가 있었다. 그리고 의도했든 아니든, 회사 스스로 그 오해를 키운 측면도 분명 있었다. 재규어의 수뇌부가 자사의 과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인식이었다.

메시지는 철저히 ‘새로움’ 일변도였다. 디자인 총괄은 “재규어에는 더 이상 브랜드 자산이 없다”고 말했고, 익숙한 실루엣은 사라졌으며, 로고 역시 바뀌었다. 자동차 생산 중단 선언까지 이어졌다. 모든 과거가 파스텔 톤의 미래를 향한 광적인 질주 속에서 내던져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소한 재규어 엔지니어들의 시각에서 본 진실은 달랐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연간 10만 대 이상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전기 럭셔리 재규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과거의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광고를 접했을 무렵에는 이미 신차의 최종 디자인이 결정된 상태였다. 총 17개의 실물 크기 클레이 모델 가운데 하나가 선택됐다. (이 문장의 끝을 물음표나 느낌표로 바꾸고 싶은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그 이후의 과제는 이 차의 ‘성격’을 정의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수석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개인 소장 차량과 재규어 다임러 헤리티지 트러스트에서 가져온 수많은 과거의 재규어를 한자리에 모았다. 그들은 디테일과 성격, 그리고 무엇보다 주행 감각을 면밀히 분석하며 ‘현대의 재규어는 어떻게 달려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이제 무대는 북극권에서 불과 60마일 떨어진 스웨덴 북부 레비(Revi)로 옮겨진다. JLR이 겨울 테스트를 진행하는 100만㎡ 규모의 얼어붙은 호수다. 아직 공식 명칭조차 없는 신형 재규어(콘셉트명 ‘타입 00’) 프로토타입 일부가 이곳에 있으며, 여러 랜드로버 모델과 80~90명의 JLR 엔지니어들도 함께하고 있다.

JLR이 아르예플로그 인근 이 지역을 찾은 것은 40년이 넘었다. 일관된 시험 조건 덕분에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이 애용하는 곳이다. 영하 15도의 날씨 속에서, 내 코털이 얼어붙는 기묘한 경험과 함께 말이다.

재규어 관계자들은 ‘대략’이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수치가 많기 때문이다. 완성형 타입 00은 늦여름 공개될 예정이며, 주문은 가을부터 가능하다. 고객 인도는 내년 봄쯤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최소한, 이 환경에서의 주행 감각은 확인할 수 있다.

재규어의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재규어는 무엇인가. 핵심을 압축하면 ‘4도어 GT’다. 전장은 5.2m가 넘지만, 전고는 1.4m 미만으로 상당히 낮다. 차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체감상 꽤 넓다. 긴 보닛, 877mm의 짧은 프런트 오버행, 3.2m의 휠베이스, 1158mm의 리어 오버행이 특징이다.

이 차는 JLR의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JEA(Jaguar Electric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다. 수석 엔지니어 존 달링턴은 “타입 00의 요구 조건을 충족할 기존 아키텍처는 내부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프런트 액슬과 운전자 발 공간 사이 거리는 무려 903mm로, 자동차 기준에서도 매우 긴 수치다. 운전자의 힙 포인트는 앞뒤 도어 경계선 부근에 위치해 일반적인 럭셔리 세단보다 훨씬 뒤쪽이다. B필러가 있는 일반적인 도어 구조를 유지한 이유는 JLR의 엄격한 루프 강성 기준 때문이다. 이는 법규의 두 배 수준으로, 오프로드 사고까지 고려한 랜드로버 기준에서 비롯됐다.

무게 중심은 힙 포인트보다 60mm 아래에 있으며, 요 센터는 앞좌석 탑승자 부근에 위치한다. 전후 무게 배분은 이상적인 50:50이다.

서스펜션은 전후 모두 2챔버 에어 스프링을 사용하며,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인테그럴 링크 구조를 갖춘다. 댐퍼는 빌스테인 DT 스카이 어댑티브 시스템이다. 낮은 무게 중심 덕분에 안티롤 바는 얇고 수동식으로도 충분하다. 전동 액티브 안티롤 바는 무겁고 12V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배제됐다.

출시 모델의 시스템 출력은 최소 1000마력을 목표로 한다. 전륜에 350마력 모터 하나, 후륜에 950마력급 듀얼 모터를 배치했다. 전륜은 제동 기반 토크 벡터링을, 후륜은 초당 1000회 슬립을 감지하는 디지털 토크 벡터링을 사용한다. 최대 토크는 959lb·ft에 달한다.

구동 모드는 세 가지다. 노면이 미끄러운 환경에서는 후륜 구동 비율이 50~75%, 컴포트 모드에서는 54~80%,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최대 98%까지 후륜에 집중된다. 재규어가 추구하는 것은 ‘후륜 구동 감각을 지닌 사륜구동’이다.

전기차지만, 재규어답게

모든 모터는 영구자석 방식이며, 전륜 모터는 고속 주행 효율을 위해 별도로 설계됐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에는 전륜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약 120kWh 용량으로, EPA 기준 약 400마일, WLTP 기준 430마일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배터리는 일반적인 스케이트보드 형태가 아니다. 실내 전방에 19kWh 팩 하나, 뒤쪽에 42셀짜리 팩 네 개를 분산 배치했다. 덕분에 탑승 위치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고, 전후 좌석 모두 낮은 착좌 포지션을 구현했다.

그 결과 운전 자세는 F-타입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배터리가 발 아래가 아닌 엉덩이 높이에 위치해, 배터리 높이를 늘리면서도 낮은 루프라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배터리 높이 1mm는 곧 1kWh”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차체 비틀림 강성은 5만Nm/deg로, 재규어 역사상 가장 단단하다. 공기저항계수는 0.25 미만이다.

프런트에는 짧은 오버행으로 인해 충돌 흡수 공간이 제한적인 대신, 대형 알루미늄 캐스팅 구조를 통해 충격을 차체 측면으로 분산시킨다. 배터리 팩 역시 구조 부재로 활용되며, 측면 충돌 시 에너지의 70%를 흡수한다.

보닛 아래 수납공간은 없다. 대신 배기 시스템이 필요 없는 후방에 소형 트렁크 공간을 마련해 1박용 캐리어 두 개 정도를 실을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주행거리 연장형 파워트레인 가능성에 대해 JLR은 명확히 선을 긋는다. 타입 00은 순수 전기차이며, 내연기관을 넣을 여지는 없다.

휠은 기본 23인치다. 전륜 255/35, 후륜 295/30 사이즈의 피렐리 타이어가 전용 개발됐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시장을 위해 21인치 옵션도 제공되지만, “23인치가 가장 보기 좋을 때 가장 잘 달리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얼음 위에서 느낀 재규어다움

두 대의 프로토타입을 시승했다. 하나는 안정화 장치를 끌 수 있는 초기 개발차, 다른 하나는 최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골든 카’다.

차체는 낮고, 깊게 타는 느낌이다. 쿠페형 루프라인 탓에 7시리즈보다는 애스턴 마틴 라피드에 가깝다. 후석 출입구는 다소 좁지만, 운전 자세는 훌륭하다. 네모난 보닛 끝이 선명하게 보여 차체 감각도 좋다.

얼어붙은 호수 위 트랙은 의외로 잔진동이 많지만, 타입 00은 이를 잘 걸러낸다. 극저마찰 환경에서도 차의 기본 성향은 분명히 드러난다.

조향은 정확하고 자연스럽다. 재규어 최초의 가변비 스티어링 랙이 적용됐으며, 2.4회전 기준으로 점진적으로 빨라진다. 전륜 43도 조향각과 후륜 6도 스티어링 덕분에 회전 반경은 11.5m로, 닛산 캐시카이 수준이다.

특히 후륜 모터 기반 토크 제어는 인상적이다. 미끄러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섀시는 균형 잡혀 있고, 편안한 세팅에서도 적절한 롤을 허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차가 ‘재규어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만약 최신 XJ에서 바로 이 차로 갈아타고, 지난 몇 년간의 소란을 몰랐다면, 자연스러운 후속 모델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외부의 소음과 논란 속에서도, 재규어의 엔지니어들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며, 진짜 재규어를 만들어냈다.
 

0 Comments     0.0 / 0
Category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