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중국산 전기차에 맞불…4,300만원대 전기 픽업트럭으로 ‘판 뒤집기’ 도전
포드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공개했다. 핵심은 2027년 출시 예정인 ‘유니버설 전기차 플랫폼(UEV)’이다. 이 플랫폼의 첫 번째 양산차는 약 3만 달러(약 4,300만 원) 수준의 중형 전기 픽업트럭으로, 포드는 이 차 하나에 회사의 전기차 미래를 사실상 올인하는 형국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프로젝트를 “아폴로 달 착륙 프로그램”에 비유하며 “포드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팔리 CEO는 또 “중국 경쟁사들과의 싸움에 직접 뛰어들겠다”며 BYD 등 중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F-150 라이트닝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포드의 전기차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F-150 라이트닝은 높은 가격과 부족한 견인 성능,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로 결국 단종됐다. 머스탱 마하-E는 판매량에서는 선방했지만, 전기차 사업 전체를 떠받칠 만한 수익 기반이 되지 못했다. 포드는 관련 전기차 계획 대부분을 축소하면서도 UEV 플랫폼만큼은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쏟아붓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끄는 앨런 클라크 첨단차량개발 총괄 임원은 테슬라 출신이다. 그가 가져온 철학은 단순하다. “가장 좋은 부품은 없어도 되는 부품이고, 차선은 여러 기능을 하는 하나의 부품이다.” 사이드미러 하나를 예로 들면, 전동 폴딩과 각도 조절에 각각 따로 들어가던 모터를 하나로 통합해 미러 크기를 20% 줄였다. 이 변화만으로도 주행거리가 2.4킬로미터 늘어난다고 포드는 설명한다.
공기역학이 배터리 원가를 대체한다
UEV 플랫폼 개발의 최우선 과제는 배터리 원가 절감이 아니라 공기저항 최소화였다. 포드는 F1 세계에서 절반 이상의 공기역학 전문가를 영입해 차체 설계 단계부터 바람의 흐름을 공략했다. 결과물은 현재 시판 중인 모든 픽업트럭 가운데 공기저항 계수가 15% 낮은 차체다. 루프라인을 물방울 형태로 다듬어 고속 기류가 짐칸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 지나가도록 설계했으며, 하부 공기 흐름을 앞바퀴에서 뒷바퀴 방향으로 유도해 후륜을 사실상 ‘공기 중에서 숨기는’ 효과를 냈다. 이것만으로 약 7킬로미터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포드 공기역학 시니어 매니저 살림 멀크트는 “이 차는 공기 입장에서 더 이상 트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UEV 트럭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현존 가장 공기역학적인 중형 가솔린 픽업트럭에 얹으면, 동급 전기 픽업트럭 대비 80킬로미터가량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테슬라식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구현
UEV 플랫폼은 포드 최초의 진정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이다. 기존 포드 전기차들은 수십 개의 전자제어장치(ECU)가 뒤섞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나를 배포하는 데도 여러 협력사 인력이 개별적으로 소통해야 했다. 찰스 푼 포드 차량 하드웨어 부사장은 이를 “사람이 각기 다른 인터페이스를 이어붙이는 ‘인간 퍼티'”라고 표현했다.
UEV는 이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다. 30개가 넘던 ECU를 포드가 직접 설계한 5개의 중앙 처리 모듈로 대체하고, 전력 제어와 충전 하드웨어는 ‘E-박스’라는 단일 유닛으로 통합했다. 소프트웨어 전체를 포드가 직접 소유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테슬라나 리비안처럼 전 차량에 동시 무선 업데이트(OTA)를 배포할 수 있다. 양방향 충전도 기본으로 지원해 차량이 가정용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한다.
전기 아키텍처도 업계 추세를 따른다. 기존 12볼트 시스템 대신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2023년 처음 상용화한 48볼트 시스템을 채택해 배선 무게와 비용을 줄이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더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한다. 포드는 이 플랫폼이 향후 눈을 떼도 되는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LFP 배터리·기가캐스팅으로 원가 싸움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화학식을 채택한다. 포드는 미시간주 블루오벌 배터리팩 공장에서 생산할 이 LFP 셀이 미국 내 최저 원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FP는 에너지 밀도가 다소 낮지만 원가가 20~30% 저렴하고, 수명이 길며, 희귀 광물 의존도도 낮다.
제조 방식에서는 테슬라의 기가캐스팅과 유사한 대형 알루미늄 유니캐스팅을 처음 도입한다. 마베릭에서 146개의 부품이 필요했던 부위를 단 2개의 주조물로 압축한다. 전체 부품 수는 일반 차량 대비 20% 감소하고, 패스너는 25% 줄어들며, 조립 공정은 15% 빨라진다. 차량 생산은 포드 이스케이프 생산을 최근 중단한 루이빌 조립 공장이 담당한다.
배터리 팩은 바닥 구조물과 일체화된 구조 배터리 방식을 적용해 실내 공간을 늘리고 루프라인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800볼트 충전 시스템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포드 엔지니어들은 800볼트로 가면 같은 배터리 구성에서 원가가 최대 20% 올라간다고 설명하며, 지금 단계에서는 충전 속도보다 가격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플랫폼은 최대 8개 차종에 걸쳐 확장 적용될 예정이며, 이름과 정확한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포드의 1960~70년대 클래식 모델 이름인 ‘란체로’가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