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사고 배터리는 빌린다”…현대차그룹 전기차 생태계 자체 바꾼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배터리다. 차 값의 30~40%를 차지하는 데다, 성능이 떨어지면 중고차 값도 뚝 떨어진다.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Motor Group)이 이 문제를 풀겠다며 배터리를 차체와 떼어내 월정액으로 빌려 쓰는 구독 서비스 실증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28일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이 공동으로 올해 상반기 안에 수도권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전기차 차체-배터리 소유권 분리 등록' 규제 특례가 법적 근거다.
지금까지 자동차관리법은 배터리를 차량과 따로 등록하거나 관리하는 체계 자체를 두지 않았다. 배터리 교체 비용과 감가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였다. 이번 규제 특례는 그 공백을 처음 건드린 조치다.
실증 대상은 아이오닉 5(IONIQ 5) 법인택시 5대다. 참여 택시사는 매달 현대캐피탈에 구독료를 내고 배터리를 빌려 쓴다.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는 반납하고 현대캐피탈 소유의 배터리로 교환받는다. 별도 구매 없이 구독만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법인택시를 시험대로 삼은 건 의도된 선택이다. 법인택시는 단기간에 고주행거리를 쌓는 만큼 배터리 성능 저하와 교체 수요가 일반 차량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비용 절감 효과와 차량 수명 연장 가능성을 짧은 기간에 집중 검증하기에 딱 맞는 환경이다.
배터리를 차량 소유와 분리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모델은 해외에선 이미 자리를 잡았다. 중국의 니오(NIO)는 2018년부터 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차체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월정액으로 이용하거나 충전소에서 완충 배터리팩으로 통째 교환하는 방식이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도 택시·영업용 차량 위주로 배터리 분리 소유 모델을 오래전부터 운영해 왔다. 국내에서 이 구조가 체계적인 실증 틀 안으로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반기엔 일반 소비자 대상 2차 실증도 예정돼 있다. 차체와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 등록하는 방식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고,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결합하는 형태다. 상용화까지 이어진다면 소비자는 차체값만 내고 배터리는 월정액으로 이용하는 선택지를 갖게 된다. 구입 초기 목돈 부담을 줄이면서도 배터리 상태에 따른 중고차 감가 걱정을 덜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배터리 소유권 분리가 실제 운행 환경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이번 실증으로 확인하겠다"며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운행 부담을 낮추고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