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된 하이퍼카의 진화…파가니 '와이라 70 데레초' 세계 최초 공개

15년 된 하이퍼카의 진화…파가니 '와이라 70 데레초' 세계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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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모델이 등장하면 이전 모델은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가 따르는 공식이다. 하지만 파가니는 다르다.


파가니가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를 앞두고 초희소 하이퍼카 '와이라 70 데레초(Huayra 70 Derecho)'를 공개했다. 창업자 호라치오 파가니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해 제작하는 '와이라 70'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올해 1월 공개한 '와이라 70 트리온포'에 이어 또 하나의 특별한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다.


흥미로운 점은 브랜드의 최신 플래그십인 우토피아가 이미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제조사라면 후속 모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시점이지만, 파가니는 오히려 와이라를 새로운 창작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존다가 후속 모델 등장 이후에도 다양한 원오프와 스페셜 모델로 긴 생명력을 이어간 것처럼, 와이라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더 특별한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모델은 파가니의 맞춤 제작 부서 '그란디 콤플리카치오니(Grandi Complicazioni)'가 개발했다. 시계 업계에서 가장 복잡한 메커니즘을 뜻하는 용어를 이름으로 사용한 이 부서는 극소량 한정 모델과 고객 맞춤형 프로젝트를 전담한다. 데레초 역시 새로운 양산 모델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과 브랜드의 기술력을 집약한 사실상의 원오프 컬렉터 모델이다.


차명인 '데레초(Derecho)'는 직선 형태로 수백 km 이상 이어지는 강력한 폭풍을 의미하는 기상 용어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성능도 압도적이다.


차체 뒤에는 메르세데스-AMG가 제작한 6.0ℓ V12 바이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864마력, 최대토크는 1100Nm를 발휘한다. 특히 대부분의 최신 하이퍼카가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7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변속기는 영국 Xtrac이 개발했으며, 구동력은 뒷바퀴로 전달된다.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도 함께 적용했다. 최고속도는 350km/h 이상이며, 가속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존하는 하이퍼카 수준의 폭발적인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이퍼카 시장에서는 전동화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파가니는 여전히 대배기량 V12 엔진과 운전자가 직접 변속하는 감각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코달룽가 스피드스터 역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발했고, 이번 데레초도 같은 철학을 이어받았다. 단순히 최고 성능 경쟁보다 운전자가 기계와 교감하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파가니만의 차별화 요소다.


외관은 노출 카본을 적극 활용했다. 펄 오렌지와 투명한 잉키 블루 컬러를 겹쳐 도장해 카본 특유의 헤링본 패턴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마감했다. 티타늄 색상의 아노다이징 처리 알루미늄 부품과 와이라 70 시리즈 전용 티타늄 휠도 새롭게 제작했다.


실내는 장인의 손길이 더욱 돋보인다. 화이트 가죽과 짙은 블루 컬러를 조합했고,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에는 오렌지 포인트를 더해 외관과 통일감을 완성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금속 부품 하나까지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파가니 특유의 생산 방식도 그대로 유지했다.


와이라는 2011년 존다의 후속 모델로 데뷔했다. 메르세데스-AMG의 V12 엔진과 카본 모노코크 섀시를 기반으로 BC, 로드스터, 로드스터 BC, 코달룽가, 코달룽가 스피드스터, 트랙 전용 와이라 R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선보이며 15년 동안 진화를 이어왔다. 일반적인 자동차처럼 세대교체를 반복하기보다 하나의 플랫폼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전략은 파가니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이번 와이라 70 데레초는 7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처음 공개된다. 전시장에는 존다 F 로드스터와 우토피아 로드스터도 함께 전시되며, 힐클라임 코스에서는 와이라 R과 코달룽가 스피드스터가 주행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토피아가 브랜드의 미래를 상징한다면, 와이라는 파가니의 역사와 철학을 가장 깊이 담아낸 모델이다. 그리고 이번 데레초는 그 철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창업자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도 아직 한 대가 남아 있다. 마지막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하이퍼카 팬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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