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율주행 시대 성큼…미국 “운전대 없는 차 허용 검토”
미국 정부가 완전자율주행차 시대를 염두에 둔 규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 의무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이어, 앞으로는 운전대까지 의무 장비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조너선 모리슨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국장은 CNBC 인터뷰에서 “사람이 운전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차량이라면 운전대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며 “답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5~10년 안에 관련 규정이 바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물론이다(Absolutely)”라고 답했다.
아직 운전대 의무 규정을 폐지하기 위한 공식 입법 절차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 규제 완화에 이어 운전대까지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NHTSA는 사람의 운전을 전제로 하지 않는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셔틀, 무인 배송차 등을 대상으로 브레이크 페달 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제동거리와 제동 성능 등 안전 기준은 그대로 유지한다. 다시 말해 페달은 없어도 되지만 차량이 안전하게 멈춰야 한다는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모리슨 국장은 이를 자동차 산업 초창기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브레이크 페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과거 포드에 ‘말발굽이 없으니 모델 T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안전과 무관한 규제로 혁신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규제 개편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 전용 자율주행차에만 적용된다. 운전대와 페달을 그대로 갖춘 자율주행차는 지금처럼 기존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언이 테슬라를 비롯한 자율주행 업체들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모델은 테슬라의 ‘사이버캡(Cybercab)’이다. 2인승 로보택시인 사이버캡은 처음부터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구조로 설계됐다. 현재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시험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장 부지에서 150대가 넘는 시험 차량이 포착될 정도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미국 정부에 안전기준 예외 승인을 신청하지 않았다. 대신 관련 규정 자체가 개정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 계열 자율주행 기업 죽스(Zoox)는 운전대가 없는 로보택시에 대해 예외 승인을 받아 시험 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정책 전반과도 맞닿아 있다. 교통부는 사람의 운전을 전제로 만들어졌던 각종 안전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앞서 브레이크 페달 외에도 와이퍼, 성에 제거 장치, 변속 표시장치, 타이어 정보 표시 등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 차량에서는 필요성이 낮은 항목들의 의무 규정도 손질에 들어갔다.
한편 NHTSA는 규제 완화와 별개로 자율주행차 안전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웨이모, 테슬라, 죽스 등 주요 업체들에 긴급 출동 차량 주변에서 차량이 적절히 대응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실제로 일부 자율주행차가 경찰차나 소방차를 인식하지 못해 도로를 막거나 사고 현장 대응을 방해한 사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모리슨 국장은 “이 같은 사례는 흔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원격 조종에 의존하기보다 차량 스스로 긴급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확대에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졸음운전도, 음주운전도, 스마트폰을 보며 운전하는 일도 없다”며 “고령자와 장애인의 이동권 확대를 포함해 사회 전체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규제 체계를 사람 중심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전용 로보택시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