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I가 전기차로"…폭스바겐 ID. 폴로 GTI, 뉘르부르크링서 베일 벗어
폭스바겐(Volkswagen)이 GTI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뉘르부르크링을 선택했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순수 전기 GTI 배지를 단 'ID. 폴로 GTI'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 현장 링-불르바르 광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약 28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월드 프리미어는 GTI라는 세 글자가 전기차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알리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GTI는 1976년 첫 골프 GTI가 등장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운전의 재미를 담은 핫해치'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배지다. 반세기 동안 쌓아온 이 정체성을 전기차로 어떻게 이어받을 것인가—폭스바겐이 내놓은 답이 바로 ID. 폴로 GTI다. 골프가 아닌 폴로에 GTI를 붙인 것도 눈길을 끈다. 2006년 등장한 첫 폴로 GTI의 계보를 전기차로 잇되, 컴팩트한 차체 안에 GTI의 유전자를 농축시키는 방향을 택했다.
차량 스펙부터 살펴보면 최고출력 226마력(PS), 최대토크 290Nm를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프론트 액슬에 얹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8초면 충분하다. 전통적인 GTI의 전륜구동 방식을 그대로 계승했으며, 급격하게 치솟는 순간 토크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전자 제어식 프론트 디퍼렌셜 락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배터리는 52kWh(순용량 기준) 니켈-망간-코발트(NMC) 셀을 적용해 WLTP 기준 최대 424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최대 105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4분이면 채울 수 있다. 충전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제어 기술 덕분에 충전 곡선 전반에 걸쳐 고속 충전 효율을 유지한다.
주행 성격을 결정짓는 섀시 구성도 공을 들였다. GTI 전용으로 개발된 어댑티브 DCC 스포츠 서스펜션과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이 기본 장착된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 하나로 'GTI 드라이빙 프로파일'을 작동시키면 구동 시스템, 스티어링, 섀시 설정이 일괄적으로 가장 스포티한 모드로 전환된다. 계기반 그래픽까지 GTI 전용 컬러로 바뀌는 방식이다.
외관은 폭스바겐의 신규 디자인 언어인 '퓨어 포지티브(Pure Positive)'를 토대로, 1세대 골프 GTI에서 비롯된 상징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전면 그릴을 가로지르는 레드 스트라이프, 허니컴 패턴 에어 인테이크, 레이스카 견인고리에서 착안한 레드 포인트, 19인치 알로이 휠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C필러의 형태는 첫 골프에서 영감을 받아 폭스바겐 특유의 정통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후면에는 분할형 루프 스포일러와 입체 테일라이트 클러스터가 더해졌다.
실내는 레드와 블랙의 대비로 GTI 특유의 분위기를 살렸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레드 스트라이프, 레드 마킹이 들어간 스포츠 스티어링 휠, 헤드레스트에 새겨진 GTI 엠블럼이 스포츠카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시트는 GTI의 상징인 타탄 체크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브릭으로 마감했다. 10.25인치 디지털 콕핏과 12.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같은 수평 축에 배치해 운전 중 시선 이동을 줄였다. '뷰(View)'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이 1세대 골프 GTI 스타일로 전환되고,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는 음악 트랙 정보가 카세트테이프 형태로 나타나는 레트로 디스플레이 기능도 탑재됐다.
공간 활용성은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의 이점을 충분히 살렸다. 내연기관 폴로 GTI 대비 실내가 19mm 넓어졌으며, 트렁크 기본 용량은 351L에서 441L로 25% 이상 늘었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240L까지 확장되는데, 이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1,125L보다 넓다. 탈착식 볼 커플링을 장착하면 최대 1.2톤까지 견인도 가능하다.
선택 사양으로는 10개 스피커와 서브우퍼 구성의 425W 하만 카돈(Harman Kardon) 사운드 시스템, 파노라믹 선루프, 동급 최초로 적용되는 앞좌석 12방향 전동 시트의 공압식 마사지 기능이 준비된다. 더 강한 그립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브리지스톤(Bridgestone) 포텐자 스포츠 235/40/19 타이어도 선택할 수 있다. 선택 사양인 '커넥티드 트래블 어시스트'는 차간 거리 유지, 차로 변경, 신호등 감지 정차 등을 지원한다.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감속을 제어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도 새롭게 더해졌다.
한편 이번 뉘르부르크링 행사는 단순한 신차 발표 자리가 아니었다. 공개 다음 날 레이스트랙에는 레이싱 버전인 골프 GTI 클럽스포트 24h 세 대가 출전해 '50년 GTI' 기념 디자인을 달고 노르트슐라이페를 누볐다. 8회 세계 랠리크로스 챔피언 요한 크리스토퍼손과 폭스바겐 개발 드라이버 벤야민 로이히터가 탑승한 50번 차량은 SP4T 클래스 3연속 우승에 도전했다. 공개 당일에는 역대 8개 세대에 걸친 GTI 약 40대가 트랙을 퍼레이드하는 행사도 열렸으며, ID. 폴로 GTI도 그 행렬에 합류했다.
독일 현지 사전 계약은 올가을 시작될 예정이며, 시작 가격은 3만 9,000유로 미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