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영업사원 자리에 AI 키오스크가 선다…한국 스타트업, 미국 딜러십 공략 나서

자동차 영업사원 자리에 AI 키오스크가 선다…한국 스타트업, 미국 딜러십 공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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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자동차 쇼룸. 영업사원 대신 키오스크 앞에 선 고객이 차량 옵션을 묻자, 화면 속 AI가 즉각 답한다. 트림별 차이, 유료 옵션 가격, 시승 예약까지 막힘없이 이어진다. "매니저에게 확인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국내 자동차 디지털 솔루션 기업 에피카(Epikar)가 개발한 AI 상담 키오스크 '피카 지니(Pikar Genie)'가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6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출발한 에피카는 이미 르노(Renault), BMW(BMW), 볼보(Volvo) 등 국내 딜러십에 자사 기술을 공급하며 실적을 쌓았고, 올해 미국 딜러십 업체 오토 갤러리(Auto Gallery)와 AI 딜러십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북미 진출을 선언했다.


피카 지니는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주문 키오스크와 겉모습이 닮았지만 역할은 다르다. 쇼룸을 찾은 고객이 화면 앞에 서면 차량 정보 안내부터 재고 조회, 시승 예약까지 초기 상담 전 과정을 처리한다. 한보석 에피카 대표에 따르면, 피카 지니 도입 이후 서울 르노 강남 쇼룸의 영업 인력은 기존 6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비슷한 규모의 일반 매장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에피카는 BMW 코리아 전국 87개 서비스센터에도 자사 디지털 워크숍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딜러십 컨설팅 기관 NCM어소시에이츠(NCM Associates)의 전략성장 디렉터 플레밍 포드(Fleming Ford)는 "쇼룸 영업 현장은 고객이 신뢰를 형성하는 공간"이라며 완전 자동화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딜러 업계가 변화에 보수적이라는 점도 장벽으로 꼽혔다.


그러나 소비자 인식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수십 년간 반복된 각종 설문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은 소비자 신뢰도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원하는 차를 말했는데 전혀 다른 차를 권유받았다"는 경험담은 전국 어느 딜러십에서든 낯설지 않다. 고객이 영업사원을 불신하는 구조에서, '신뢰 훼손'을 우려해 AI 도입을 반대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대출, 보험, 명의 이전, 차량 등록 등 계약 마무리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법적 책임과 규제 준수가 얽혀 있어 AI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고객 응대와 상품 설명이 주를 이루는 초기 상담 단계는 다르다. 딜러십 오너 입장에서는 야간에도 쉬지 않고, 인벤토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꿰고, 커미션을 한 푼도 요구하지 않는 영업 인력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에피카는 지난해 말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1000만 달러(약 14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획을 밝혔다.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이 핵심 목표다. 국내에서는 한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싱가포르 난양공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UX연구소와 기술 협력 협약도 맺었다.


에피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방향 자체는 거스르기 어렵다. 디지털 전환에 저항했던 음반 매장들이 스트리밍 시대에 어떻게 됐는지, 자동차 딜러십은 이미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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