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오토파일럿 사망사고 배상금 3,500억 원 확정…법원, 평결 무효 신청 기각
미국 법원이 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 결함으로 인한 사망사고 배상금 2억4,300만 달러(약 3,500억 원)를 최종 확정했다. 미 플로리다주 남부 연방지법의 베스 블룸 판사는 20일(현지시간) 테슬라가 제출한 배심원 평결 무효 신청과 새 재판 요청을 모두 기각했다.
블룸 판사는 결정문에서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들이 배심원 평결을 충분히 뒷받침한다”며 “테슬라는 기존 결정이나 평결을 번복할 만한 새로운 논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테슬라 측 주장이 재판 과정에서 이미 다뤄지고 기각됐던 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도 판결 이유로 명시됐다.
이번 소송은 2019년 4월 플로리다주 키라고(Key Largo)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테슬라 모델S를 몰던 조지 맥기는 오토파일럿을 켠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뒤 이를 집으려 몸을 숙였다. 차량은 정지 표지판과 적색 점멸 신호등을 무시한 채 시속 약 100㎞로 교차로를 그대로 통과했고, 도로변에 주차된 쉐보레 타호 SUV를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밀려난 타호는 SUV 옆에 서 있던 22세 나이벨 베나비데스와 그녀의 남자친구 딜런 앙굴로를 덮쳤다. 베나비데스는 현장에서 숨졌고 앙굴로는 중상을 입었다.
재판에서 맥기는 “장애물이 있으면 오토파일럿이 알아서 제동해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원고 측은 오토파일럿이 도로 경계와 장애물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결함을 안고 있었음에도, 테슬라가 시스템의 위험성을 운전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여 테슬라에 사고 책임의 33%를 돌렸다. 반면 테슬라는 전적으로 부주의한 운전자 탓이라고 맞섰지만 배심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배심원단은 징벌적 손해배상 2억 달러를 포함해 총 2억4,3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는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에서 연방 배심원단이 내린 최초의 평결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 테슬라가 소송 전 제시된 6,000만 달러의 합의안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평결 후 테슬라 측 법무법인 깁슨 던(Gibson Dunn)은 71쪽 분량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이번 평결은 플로리다주 불법행위법과 적법 절차 원칙,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블룸 판사는 이번 결정으로 테슬라의 모든 1심 불복 수단이 소진됐다고 못 박았다.
원고 측 애덤 부멀 변호사는 “처음부터 테슬라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토파일럿은 결함투성이였으며, 테슬라는 시스템이 준비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국 도로에 풀어놓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테슬라를 둘러싼 법적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번 판결 이후 테슬라는 추가 재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이미 4건 이상의 오토파일럿 관련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지난 1월에는 테슬라 모델X가 대향차선으로 돌진해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고를 둘러싼 소송도 새로 제기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SD)’이라는 명칭 자체가 소비자를 오도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8월 평결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항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테슬라는 상급 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테슬라 측은 재판 전 합의된 조항에 따라 징벌적 배상금 상한이 보전적 손해배상액의 3배로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지급 규모를 둘러싼 공방은 항소심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